최저임금 1만원은 고용 대량학살극을 부른다

알바연대 최저임금만원시위

ⓒ 알바연대

 

최저임금은 올릴 수도 동결할 수도 있다. 다만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5천만 국민의 밥그릇 사정이어야 한다. 국민들의 일자리, 소득, 복지에 얼마나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그 기준이라는 말이다. 이는 이성적 판단의 문제다.

그런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논의는 올바른 궤도에서 벗어났다. 이성적 문제를 감성적으로 논하려 한다. 이대로 가면 처참한 고용학살극이 벌어진다. 따뜻한 마음과 짧은 생각이라는 조합이 불러올 이 재앙은 20세기에 각국에서 숱하게 목격됐던 현상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국노총 최저임금시위

ⓒ 한국노총

 

한계기업주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한 후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팍팍한 호주머니 털어 고용 한 명 안 해 본 자들, 최저임금기준의 대폭 상향으로 인한 부담을 실감해보지 않은 자들이, 인간이 어쩌고 하면서 최저임금기준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각설하고, 요즘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어떻게 엇나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에서 중위값이 아닌 평균(50%라 하더라도)을 그 잣대로 삼고 있다. 둘째, 지불능력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른바 “슈퍼갑” 관(공공) 부문의 단가를 최저임금의 잣대로 삼고 있다. 셋째,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한계기업의 노사 수십 만, 어쩌면 수백만 명의 밥그릇이 박살이 날지도 모르는데, 이런 위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최저임금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사람들이 건너편 화재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한계기업에 몸담고 있는 수십, 수백만 명의 밥그릇이 위기에 처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이들의 밥그릇까지 지키려면 각각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연장근로, 야간근로 등)을 줄이거나, 세금이나 (고용)보험료를 더 내서 일자리 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현실적 희생은 떠안을 생각도 없는 자들이 마치 비루한 판자집이 보기 싫다고, 눈에 안 보이게 철거해 버리자고 말하듯 최저임금을 확 올려버리자고 주장한다. 보기 싫은 것을 정리하면 생기게 되는 현실적 책임은 뒷전이다.

이는 과거 청계천 철거민들을 성남(광주대단지) 등으로 쫓아버렸듯,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만들어버리자는 말이다. 물론 일부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다. 소폭 올리면 대부분이 혜택을 받을 것이고, 대폭 올리면 상당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을 그 근거로 을, 병, 정에서 임금을 올리면 갑(원청)이 그만큼 단가도 올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세상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다. 갑 측에서도 약간은 올려주겠지만, 갑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단가를 올려줄 이유가 없다. 임금이 올라간 만큼, 부리는 사람 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최저임금 상승 부담의 대부분은 을, 병, 정 등의 약자들이 지게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노사와 을-병-정은 생사를 걸고 아귀다툼 판을 벌일 것이고, 귀족들은 와인을 홀짝이며 왜들 저렇게 살까 혀를 끌끌찰 것이다.

일자리부족_Economy Insight

ⓒ Economy Insight

 

데이터를 가지고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해보자. 20세 이상 인구의 10%, 대략 400만명이 총소득의 50%를 차지하는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는 소득 평균은 높을지 몰라도 중위값은 낮다. 2010년 국세청 통계를 가지고 분위별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금융소득+임대소득 등, 공사적 이전 소득은 제외)을 추정한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의 상위 10%(10분위, 379만7천명)의 경계 소득은 연 44,326,000원, 평균소득은 80,851,000원이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소득의 48.05%다. 그 아래 10%(9분위, 379만7천명)의 경계 소득은 26,264,000원, 평균은 34,056,000원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소득의 20.24%다.

이 통계에서 놀라운 점은 상위 10%의 경계 소득이 연 4500만원(그것도 근로소득, 금융소득 다 합쳐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공무원 등이 다 포함된다. 놀랍게도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비중이 전체의 48.05%로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이 10% 안에 들어가 있는지, 이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획득하고,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지, 이들의 욕망의 수준(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과 상실(구조조정)의 공포 등을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치명적 부조리의 본질과 구조를 알 수 있다. 물론 국제비교와 역사적 추이 분석은 필수다.

그래서 양극화가 심한 나라에서는 기준을 정할 때 절대로 평균값을 사용하면 안 된다. 정몽준을 집어 넣고, 국회의원 300명의 재산 평균을 도출하고, 이를 근거로 세비를 없애자는 얘기를 하면 되겠는가?

한국은 자영업 인구 비중이 유달리 높고, 1인 이상 사업체에 소속된 노동행정 대상(상용, 임시, 일용, 자영업, 무급 가족 종사자 다 포함)이 1533만 명 밖에 안 된다. 총취업자가 2500만 명이고, (노동행정 대상이 아닌) 공무원이 대략 100만명 임을 감안하면, 떠돌고 있는 노동이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이 대폭 상향되면 이런 이들이 고용학살 대상 0순위에 오른다. 게다가 한국은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OECD 최고다. 해외와 연동되어 있고, 규모도 큰 제조업은 총 종사자수가 400만도 안되지만, 부가가치는 평균의 2배 가량을 생산한다. 그렇기에 5인 이상 사업체(총 종사자 968만명)의 임금 평균 수준도 최저임금 책정의 기준으로 적절하지 않다.

공공부문, 대기업 등 상위 10%에 포함된 노조원들의 대다수가 한국의 최저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이를 가지고 어떻게 사냐고 혀를 끌끌 찬다. 비정상은 철밥통을 두르고 남들 밥그릇을 위협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민주노총결의_전국민주노총

ⓒ 민주노총

 

정말로 시급하고 절실하고 정의롭고 합리적인 것은, 위 사진의 머리 띠 매고 조끼입은 당신들의 연장근로를 우리 청년들과 취약근로자들에게 내 놓는 것이다. 모두 당신들처럼 정규직(=정년 보장직)으로 쓰자는 것도 아니다. 그건 채용하지 말자는 소리다. 당장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라도 줘서 생계를 유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고참이 신참을 빨아먹는 세계 최고의 연공급을 중향평준화 개념으로 재조정하자. 또 이제는 지역, 연령, 산업별 최저임금 차등(재량)도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처지 조건이 너무나 다른 5천만명의 대국에서 획일적 기준은 너무 폭력적인 것 같다. 그런데 정의를 외치며 머리띠를 매고 조끼를 입은 분들이 어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 인색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