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나라라서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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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socialistparty.ie>

한국은 불평등한 나라다!” 세상을 잘 모르던 시절,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TV만 켜면 심각한 얼굴들로 그런 얘기들을 하지, 신문만 펼치면 대문짝만한 궁서체로 그런 말들을 써놨다. 하다못해 택시타면 기사 아저씨들도 그런 말씀들을 하시더라. 경제 이야기만 나오면 어른들이 심각한 얼굴로 ‘부의 양극화’를 걱정하시곤 했었는데 어린 나이에 “아 그런가보다” 했던 거지. 더군다나 전교조 출신 옆반 선생님이 “우리나라가 미국식 자본주의에 의해 재벌독재국가가 되고 있다”며 수업마다 열변을 토하시던 턱에, 스승 알기를 하늘 같이 알던 시절, 우리나라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서민들이 살기 참 팍팍한 나라인 줄 알았다. 다행히도 전교조 선생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혁명’을 꿈꾼 게 아니라,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지만, 어쨌든 우리나라가 정말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나라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철이 들고 나서 공부를 좀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알고보니 수많은 나라들이 우리 나라를 닮고 싶어서 발버둥치고 있더라고. 딱히 대단한 공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세상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좀 살펴봤을 뿐이다. 한 국가의 소득 평등 수준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지니계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균형의 정도를 나타내는 통계학적 지수로, 그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것만 살펴봐도 오해를 벗어날 수 있다.

2010년_기준_지니계수
<이미지 출처: 통계청, 2010년 세계 지니계수 그래프>

위 자료는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10. 선진국의 모임인 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정도에 해당한다.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저인구•고복지 국가를 제외한 나라 중 우리나라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국가는 거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5년 전 2010년 당시보다 소득 불평등이 훨씬 완화된 상태다.

호전되는지니계수
​<이미지 출처: 통계청>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불과 0.302였다. 더군다나 이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몇 년에 걸쳐 꾸준히 호전되고 있는 지니계수가 의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소득분배가 평등화되는 추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잘 하고 있다는 거다. 부자들만 더 부자 되는 그런 암울한 나라가 아니다. ‘지니계수 0.302’.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 이하 수준이며, 전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적은 것으로 1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세계 237개국 중 15위 정도의 순위면 꽤 괜찮은 성적이 아닌가? 물론 월드컵 4강에도 올라가본 우리나라가 평등수준 15위 밖에 안 된다고 거리로 뛰쳐나가 “자본주의 OUT”을 외칠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더 살펴보자. 우리나라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국가들은 대체로 넓은 땅 덩어리에, 사람 수 적고, 넘쳐흐르는 자원으로 먹고 사는 그런 국가들이다. 툭 까놓고, 이런 북유럽형 사민주의 국가와 소득평등수준을 놓고 비교하는 건 좀 웃기지 않은가. 그러니 2014년 기준, 전체인구수 5천만 명 이상에 해당하는 OECD 선진국들의 지니계수만 놓고 한 번 비교해보자.

선진국 지니계수 비교
보다시피 한국이 2등이다. 5천만 명 이상의 인구수를 가진 선진국들 중에서 두 번째로 평등한 나라라는 말이다. 독일 바로 다음이다. 지니계수만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소득평등수준은 이웃나라 일본보다 양호하고, 심지어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낫다.

​물론 지니계수 하나만 가지고 한국이 이런 최상위 선진국들보다 더 평등한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하다못해 게임 아이템 하나를 분석할 때도, 데미지뿐만 아니라 특수능력, 내구도 등 다양한 팩터들을 비교해야 한다. 국가의 평등수준은 ‘상대적 빈곤율’이나 ‘최상•하위 10% 소득 비교’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좀 더 고차원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지니계수 하나만 가지고도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수많은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다. 우리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평등한 곳이다. 데미지 하나만 놓고 봐도 ‘잡템’은 아니라는 거다.

​참 안타까운 사실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든 닮고 싶어하는 우리나라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는, 충분히 공평하고 평등한 나라에서 자꾸만 불만들이 터져나온다. 불평등하다고 난리다. 간단한 자료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도대체 통계나 표를 볼 줄 모르는 건지, 객관적인 자료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아우성이다. 혹시 불평등해지고 싶어서 “한국은 불평등한 나라다”라고 주문 외듯이 말하고 다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사실 이런 앞뒤 없는 불만의 근원에는 좌익언론들이 있다. 우리보다 더 불평등한 미국, 일본, 중국 내버려두고 자꾸 북유럽 국가들 이야기하면서 여론을 오도한다. 얼마 전에는 한 좌익언론에서 통계청과 OECD에서 내놓은 이 지니계수를 못 믿겠다며 기사를 냈다. 한국이 생각만큼 불평등하지 않은 게 못마땅한 모양인지, 한 교수의 논문을 인용하며 “사실은 우리나라는 미국만큼이나 불평등한 나라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이미 여러 곳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더군다나 한 교수의 독자적인 분석이 통계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에 비해 공신력이 훨씬 떨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못 믿겠단다. 우리나라가 미국만큼 불평등하다고 말한 교수가 있으니까, 그 교수의 말이 사실이란다. 깨어있고 싶은 시민들은 이런 부정적인 보도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른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무언가를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자기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사춘기적 성향 때문이다. 이들은 지적된 문제의 객관성, 사실성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자국폄하로부터 괴상한 우월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와 같기에.

​나라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방글라데시라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도 있지 않은가. 행복은 긍정적 태도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한국이 굴지의 선진국으로 거듭나더라도, 국민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면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다. 혹자는 이런 부정적 태도를 “국가를 발전시키는 반성”이라 미화하지만, 자기반성을 하는 것과, 부정적으로 구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건강한 자기반성은 잘한 것을 칭찬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못한 것은 고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이런 ‘자국 반성’이 아니라, ‘자국 혐오’에 빠져있다. 한국을 어떻게든 까내리려고 안달하다가, 결국 자기패배감에 빠져서 “우리나라는 썩었어, 이민가야지”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설령 대한민국을 떠나 이민을 가더라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세상에 완벽한 나라, 유토피아는 없으니까. 어딜가든 문제점을 찾아나서 국가에 화를 내며 욕구불만적인 삶을 살 터다.

​대한민국, 지금까지 잘 해왔다.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든 닮고 싶어서 부러워하는 그런 나라다. 수많은 혼란의 시기를 겪어내고, 고통을 감내하며,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잿더미 속에서 이뤄낸 그런 나라다. 그러니 피학성애자 수준의 자기학대는 이제 그만두자. 대한민국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낙천주의에 젖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못한 것은 어떻게든 부풀리고, 잘한 것은 오히려 숨기면서 맨날 죽어가는 소리 좀 그만두자는 것이다. ​